⟪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원제: Gigged | 새라 케슬러 |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리뷰
2010년대 들어 우버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긱 경제)'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오르며 전 세계 경제에서 긱 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긱 경제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타개할 혁신으로 주목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비난도 받으면서 세계 각국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긱 경제는 실리콘밸리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만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의 미래를 이끌 혁신적인 경제모델일까, 아니면 단지 기업이 직접 고용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저비용(저임금)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경영기법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새러 케슬러는 미국을 중심으로 긱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을 집중 취재하여 긱 경제의 현실과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게 바라본 긱 경제의 가능성과 한계/위험성을 모두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긱 경제의 진짜 모습을, 실제 그 속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부터 시작해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긱스터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프로그래머와 별다른 기술이 없이 우버, 메케니컬터크 등에서 단순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 차이, 긱 경제를 표방하는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청소인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여기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마이웨이를 보여주는 청소 전문 스타트업 Managed by Q 등 대비를 이루는 사례들이 흥미롭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미 시작된 경제/사회의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생각과 고민이 많아진다.
저널리스트가 공들인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쓴 논픽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재미
10년 후 쯤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 걸까ㅜ?
나의 형광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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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안정적인 삶이란 게 손에 잡으려 해도 잘 잡히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또래는 노동에 대한 그간의 통념이 좋게 말하면 변화를 겪던 시기, 나쁘게 말하면 이미 부질없는 소리가 되어버린 시기에 성인이 됐다. - 1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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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경제는 기업이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으로 서비스 사업을 확장할 묘안으로 탄생했다. 초기에는 경제적 재난에 대한 해법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2014~2015년을 거치면서 긱 경제는 혁신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계에서 진행되어온 인력구조 개편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 '해법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됐다.
임시 노동자와 독립 계약자 같은 범주가 생기면서 기업과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사이에 틈이 생겼다. 긱 경제 앱은 그 틈을 더욱 벌려놓았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람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면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153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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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실리콘밸리가 만들었던 긱 경제는 이제 한물간 것이다 다름없다. 그렇다고 그런 풍토가 우리 삶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긱 경제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실리콘밸리 밖의 대기업은 직접 고용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우버 같은 스타트업은 그런 행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전략과 기술을 새로이 선보였을 뿐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노동을 단편적인 작업으로 세분화해서 자동으로 노동자에게 배정되게 하고, 앱을 관리 도구로 쓰는 기법을 정착시켰다. 스타트업 외의 기업이 따라 할 만한 모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 29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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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나는 일자리를 개편하려던 실리콘밸리의 시도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일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스타트업의 실험 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말마따나 유연성을 주입하겠다고 하면서 그것과 관련된 지원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진보라고 칭하기 어렵고 당연히 혁신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 324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