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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 - ⟪백은의 잭⟫, ⟪화이트 러시⟫,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

Created at
2024/07/01
Updated at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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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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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작 6월이 지났을 뿐인데, 정말이지 더운 여름이다. 이럴 땐 누가 뭐래도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고 뭔가 시원한 것을 마시며 (맥주나 하이볼이라면 아주 좋겠지) 취하는 휴식만한 게 없는데, 이번 초여름에는 그 휴식에 우연찮게 눈 덮인 은빛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가 더해졌다. 이 더운 여름에 눈발 흩뿌리는 스키와 스노우보드의 쾌속질주를 상상하게 되는 독서 경험이 나름의 묘미가 있는 피서가 되었다.
<백은의 잭>, <화이트 러시>, <눈보라 체이스>, <연애의 행방> 4권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로 묶여 불린다. (<화이트 러시>의 이전 제목은 <질풍론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각각도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문고판 시리즈로 묶여 판매도 되고 있더라.
나의 경우에는 4권 모두 현재 리디셀렉트에서 제공되고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도 리디셀렉트에 많이 있어서 자꾸 편하게 손이 가게 되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 스노우보드 매니아라고 하는데(하루키의 달리기와 비슷한 것일까ㅡ), 과연 스노우보드와 스키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스키어와 스노우보더가 슈-욱! 슈-욱! 눈을 가르며 하얀 설산을 질주하는 스키장의 광경이 자연스레 계속 떠오른다. 어쩐지 더운 날에도 시원해지는 느낌. 여름에 읽기를 잘한 것 같다.
책이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성은 워낙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장점이다보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추리 소설인 <백은의 잭>, <화이트 러시>, <눈보라 체이스> 세 권은 평타는 치지만 아주 인상적인 작품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추리로서의 재미는 백은의 잭이 그 중 가장 흥미로웠다고 해야할까.
오히려 추리 이야기보다도 기억에 남는 부분은 따로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신게쓰 스키장이나 사토자와온천 스키장 마을 사람들이 스키장을 아끼고 지키려는 마음, 그리고 모든 책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며 이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어주는 패트롤 대원 네즈와 스노우보드 선수 치아키 등의 인물들이 스키와 스노우보드라는 스포츠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 같은 것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 소설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이 호텔리어와 경찰으로서 직업 윤리에 충실한 데서 오는 감동 같은 것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네.
<연애의 행방> 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연애 소설인데 (찾아보니 첫 연애 소설이 맞나보다), 마찬가지로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8남녀의 연애 이야기이다. 사람 설레게 하는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꽤나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그린 것 같다. 바람 피려는 마음을 도무지 멈출 수 없는, 아니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가벼운 남자 캐릭터들, 그런 애인을 자꾸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여자 캐릭터들이 굉장히 불편했는데 이게 일본 남녀의 보편적인 연애관인가? 이 작가가 갖고 있는 생각인가, 아니면 아직도 이런 생각에 젖어 있는 일본의 세태를 보여주려 한건가? 고민을 하면서 찝찝한 마음으로 읽기는 했다. 이런 부분들은 일단 제쳐 두고, ‘이건 단편집인가?’ 싶다가 각각 남녀 인물들의 이야기가 엮이면서 한 데로 모여들어 결말에 이르는 구성력에는 나름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었다. 연애 소설이지만 마치 추리 소설처럼 이야기가 짜여진 것 같다.
 : 무더운 여름에 눈쌓인 스키장을 상상하게 하는 색다른 피서가 되었어요.
 :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소설 중 최고 수준은 아닌 듯 해요. 연애관과 이성관은 … 작가님 최선입니까…??